여행 셋째 날, 8살 딸아이의 소원이 향한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헬로키티아일랜드였습니다. 오설록, 피규어뮤지엄과 같은 라인에 있어서 제주 서쪽 여행 코스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기 좋은 위치예요.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장마감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솔직히 가기 전엔 "딸만 좋아하는 핑크색 놀이터 아닐까" 걱정을 조금 했어요. 그런데 다녀와보니 이건 완전한 오해였습니다. 아들도 누나 못지않게 신나서 뛰어다녔거든요.
입구부터 시작되는 포토존, 10주년을 맞은 헬로키티아일랜드
기념 포토월. 키티뿐 아니라 폼폼푸린, 시나모롤, 쌍둥이별(리틀트윈스타), 케로케로케로피까지 산리오 대표 캐릭터가 총출동해 있었어요. 아이가 신나서 자리 잡고 서자마자 셔터를 눌렀습니다.

조형물이 만든 포토존이 있어요. 아치형 하트 사이로 안쪽 전시 공간이 살짝 보여서, 마치 다음 이야기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집니다. 아이 두 명 다 이 프레임 안에 쏙 들어가는 구도가 예뻐서 여러 장 찍었어요.

키티는 왜 입이 없을까 — 전시관에서 알게 된 진짜 이유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헬로키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제일 오래 멈춰 선 곳은 키티의 가족을 소개하는 벽면이었어요. 아빠 조지 화이트, 엄마 메리 화이트, 쌍둥이 동생 미미 화이트, 할머니 마가렛, 할아버지 앤서니, 그리고 반려동물 티피, 피피, 조이, 로리까지 — 헬로키티에게도 우리처럼 이름과 사연이 있는 대가족이 있다는 걸 이때 처음 자세히 알았습니다. "키티도 동생이 있대!"라며 반가워하던 첫째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리고 바로 옆, 오래된 팬시 소품들 사이에 놓인 이 전시가 진짜 발견이었습니다. 산리오 퓨로랜드에서 한때 만들어졌던 '입이 있는 헬로키티' 자료였는데, 이걸 보고 나서야 평소엔 당연하게 여겼던 키티의 '무표정'이 사실은 아주 의도적인 디자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산리오의 디자이너가 밝힌 설명에 따르면, 키티에게 입을 그리지 않은 이유는 보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투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내가 슬프면 키티도 슬퍼 보이고, 내가 기쁘면 키티도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표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표정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마스크를 쓰면 입매가 가려져 상대의 진짜 감정을 읽기 어려운 것처럼, 입이 없는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해석도 있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뒤로 아이도 저도 키티 얼굴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아들도 신나는 공간, 성별 구분 없는 놀거리들
계산기", "카메라" 같은 글자와 함께 놓인 커다란 레트로 오브제 포토존은 아들이 가장 좋아한 구간이었어요. 숫자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고, 빨간 카메라 렌즈 구멍에 얼굴을 넣어보고 하느라 한참을 놀았습니다. 핑크색이 대부분인 공간에서 이렇게 기능적이고 재미있는 오브제가 섞여 있으니 남자아이들도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시나모롤 모양의 대형 버스 놀이 공간. 창문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고, 앞부분은 미끄럼틀처럼 타고 놀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남매 둘 다 순서를 정해가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놀았어요.

그리고 이번 방문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스팟은 바로 이 시나모롤 카페 카트였습니다. 파스텔 톤 지붕에 쿠키와 케이크 그림이 그려진 미니 카트 옆,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리본 장식 파라솔까지 — 마치 그림책 속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공간이에요. 아이들은 여기 앉아서 한참 동안 "카트 아저씨 놀이"를 하며 웃었습니다. 사진으로 찍었을 때 가장 예쁘게 나온 곳이기도 해서, 방문하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후반부에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룸. 바닥과 벽에 물결과 물고기가 투사되는데, 아이가 발을 디딜 때마다 화면 속 물고기가 흩어지듯 반응해서 두 아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어요. 이 공간은 정적인 포토존과 달리 몸으로 노는 곳이라 체력 소모가 은근히 커서, 다음 코스인 카페에서 쉬어가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카페 가기 전 화장실도 놓치지 마세요

전시 구간을 다 돌고 카페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화장실도 인상 깊었어요. 세면대 하나까지 키티 테마로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이 손 씻으러 들어갔다가 나오질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방문 코스 중 은근히 감탄 포인트였다는 걸 꼭 적어두고 싶었어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화장실을 지나면 바로 이어지는 헬로키티 아일랜드 카페.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파스텔 핑크 인테리어가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카페의 하이라이트, 캐릭터 롤케이크

키티 얼굴 모양 소파에 앉은 남매 앞에 각각 다른 캐릭터 롤케이크가 놓였습니다. 첫째는 쿠로미, 둘째는 마이멜로디 롤케이크를 골랐는데, 케이크를 자르기 아까울 정도로 얼굴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맛도 무난하게 달아서 아이들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카페 좌석 자체도 키티 모양 등받이, 리본 조명까지 포토존을 겸하고 있어서 쉬면서도 사진 찍을 거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마지막 코스, 굿즈샵에서 꼭 필요한 팁
이미지 표시 동선의 마지막은 늘 그렇듯 대형 굿즈샵입니다. 피규어와 특수펜이 세트로 구성된 상품, 반짝이는 스티커북, 인형 등 눈이 돌아가는 아이템이 가득해서 아이들이 카트 대신 제 손을 이끌고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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