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그 이름, 고흐를 내걸고 열리는 전시는 전 세계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고흐의 전시가 안 열리는 날은 1년 중 단 하루도 없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어두운 밤도
결국엔 끝날 것이다.
그리고 태양은 떠오를 것이다.
볼때마다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입니다. 지난 3일부터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흐 전시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파리에 있을 때 보지 못해 아쉬울 만큼요. 고흐 작품이 적잖이 많은 파리에서조차 ‘이번 전시는 꼭 봐야 한다’며 입소문이 났고, 평일 낮에도 미술관 앞에 긴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입니다. 대체 어떤 그림이 걸려 있길래…. 유럽 전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을까요? 이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1시간 남짓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1890년 5월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나와 7월 밀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의 시간은 딱 70일, 전시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제목은 ‘오베르와 반 고흐, 그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파리 북쪽의 작은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배경으로 고흐의 마지막 순간을 집중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시는 이 기간 그가 남긴 그림 74점 중 48점, 드로잉 33점 중 25점을 모았다. 삶을 짓누르는 우울증, 그 속에서도 두 달여간 혼신을 다해 그린 그림. 고흐는 그 기간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아침엔 야외에서, 오후엔 작업실에서 오직 ‘그림’
처음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고흐의 자화상입니다. 묘한 청록색 배경과 살아있는 듯한 형형한 눈빛. 고흐가 오베르로 가기 전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35점의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건 그 옆에 걸린 ‘가셰의 초상화’(1890)입니다. 폴 가셰는 우울증 전담 의사였습니다. 고흐는 오베르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자화상을 가셰에게 갖고 갑니다. 그림 옆엔 고흐가 직접 가셰의 반응을 적은 글이 있습니다. “가셰는 이 초상화에 완전히 열광하더군. 가능하다면, 그리고 내가 원한다면 자신의 초상화도 그려달라고 했어.”
그때부터 가셰는 고흐의 마지막 두 달을 함께하는 동료가 됩니다. 고흐는 가셰를 자신의 ‘도플갱어’로 여기며 진료가 없는 날에도 수시로 만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입구 옆 작은 전시장에는 에칭 기법으로 완성한 가셰의 또 다른 초상화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셰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고흐에게 그림에 전념하라고 합니다. 고흐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침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고, 오후엔 작업실에서 그림을 수정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른 예술가를 만나는 것도 꺼리고, 그림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피했습니다. 약 2년 동안 470점의 그림을 그려냅니다. 2일에 1점 이상의 그림을 그려낸 것입니다.
“내 이성의 반은 작품에 머물러 있지”
열정에 불타올랐던 고흐에게 주변 사람들은 영감의 원천이 됐습니다. 가셰와 그의 딸인 마르그리트, 고흐가 묵은 여관 주인의 딸, 신원불명의 여성들 초상화까지. 그다음 전시장에는 그가 오베르에 머물며 그린 여러 점의 인물화가 걸려 있습니다. 생동감 있는 색채를 통해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까지 캔버스에 그대로 담는 것, 고흐는 그게 ‘현대 초상화’라고 여겨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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