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풍요

명동에K팝 흐르는 흡연실

blessyu 2023. 11. 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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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를 지나다 보면 약속이나 한 듯 담배 피우는 거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금연의 중요성에도 불구, 왜 이리 변화가 어려운 걸까요? 한국 공무원들의 ‘베끼기 DNA’, 관료 사회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게 성공 사례입니다.

세계 최장 케이블카

춘천에 국내 최장 케이블카 개장, 점입가경 지역간 케이블카 경쟁

전국에 우후죽순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있는 것도 출렁다리 못지않은 ‘벤치마킹의 폐해’입니다. 유럽 산악 지역의 이동 수단이던 케이블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한술 더 떠 ‘세계 최장’ 운운하는 나라는 우리와 베트남 뿐입니다.
 

흡연과의 전쟁

 ‘선례 따라 하기’와 함께 공무원 집단의 또 다른 특질로 꼽을 수 있는 건 ‘공자님 말씀’입니다. 금연 정책이 대표적이죠. 정부 금연 정책의 골간은 ‘무조건 피우지 말라’입니다. 지난해 금연 홍보 예산만 241억 원에 달했습니다. 죽음을 예고하는 섬뜩한 금연 광고의 효과가 꽤 크긴 하지만, 계도만으로 흡연율 제로(0)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2009년 27.3%였던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021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19.3%)입니다.

헬스북스

흡연실을 디자인하다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몇몇 지자체가 홍익대 공공디자인센터와 협력해 설치 미술에 버금가는 흡연실 디자인을 고안 중입니다. 담배꽁초가 배수구를 막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흡연실을 세계의 명물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주차 넛지디자인

넛지디자인, 명동에 흡연실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많아진 서울 명동에 가보면 뒷골목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근처엔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북합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상인과 점원들까지 가세한 명동의 뒷골목은 그야말로 거대한 흡연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차라리 명동에 K팝 스타들의 사진으로 꾸민 깨끗하고 멋진 흡연실을 만들면 어떨까요. 바르샤바공원에 쇼팽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벤치를 설치해 쓰레기 배출률을 확 낮춘 폴란드 공무원들처럼 말입니다.

폭스바겐 소리나는 쓰레기통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한 공원에서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다. 폭스바겐은 길거리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통에서 소리가 나도록 개조했습니다. 한두 명의 사람이 쓰레기를 넣자 사람들은 신기한 소리가 나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합니다. 그 후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길가에서 쓰레기를 주워 넣으며 색다른 소리에 즐거워합니다. 그날 하루 개조된 쓰레기통에는 다른 평범한 쓰레기통에 비해 66% 더 많은 쓰레기가 모였습니다.

재미는 사람들을 자극했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것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선진 사회에서 공무원이 갖춰야 할 창의와 혁신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베끼기나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넛지형 정책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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